한국, 반도체 기밀 보호 위해 산업스파이법 대폭 강화…9월 13일 시행

박준호✓ 검수 박준호 스포츠 기자이 기사는 부산합스 편집 기준에 따라 동료 기자의 검수를 거쳤습니다.
감수 오세훈

한국 정부가 반도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73년 만에 형법상 간첩죄 조항을 전면 개정한 개정 형법 제98조가 2026년 9월 13일 일요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으로 외국 정부나 이에 준하는 단체에 국가 기밀을 넘긴 자에게 최대 징역 30년이 선고될 수 있게 되며, 그동안 기업 간 영업비밀 침해 수준으로 처리되던 반도체 기술 유출이 국가안보 범죄로 격상된다.

개정 형법 핵심 내용: ‘적국’ 한정에서 ‘외국’ 전체로 확대

기존 형법 제98조는 간첩 행위를 ‘적국(enemy state)’을 위한 행위로만 한정해 왔다. 사실상 북한 관련 사건에만 적용할 수 있어, 중국이나 제3국으로의 산업 기밀 유출은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산업기술보호법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 조항으로 다뤄졌다. 이번 개정안은 간첩죄의 대상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foreign country or an organization equivalent thereto)’로 확대하고, 새로 신설된 제98조의2에서는 외국의 지시·연락을 받아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최소 징역 3년에서 최대 30년까지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팬타임스는 9월 11일 보도에서 이번 조치가 “산업 기밀 유출을 기업 범죄에서 국가안보 위협으로 격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입법 경과: 2월 국회 통과, 6개월 유예 후 시행

형법 제98조 개정안은 2026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3월 12일 공포됐다. 공포일로부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조선일보 영문판은 3월 13일 보도에서 “기술 유출을 외국 법인에까지 적용하는 새 조항으로 과거 관대한 처벌의 허점을 메운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은 형법상 간첩죄 범위가 73년 만에 처음 확대된 것으로, 법조계와 산업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배경: 잇따른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이번 법 개정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일련의 기술 유출 사건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직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빼내 중국 시안(西安)에 모방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 인물은 과거 SK하이닉스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에는 전직 삼성 직원들이 연루된 40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 규모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복제 계획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졌다. 2026년 8월에는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이 중국 기업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해 9월 1일에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협력업체 직원이 메모리카드를 절취한 혐의로 역시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도체 웨이퍼 클린룸 생산 라인 모습

기존법과 개정법 비교

항목기존 형법 제98조개정 형법 제98조·제98조의2
간첩 행위 대상‘적국'(사실상 북한)만 해당‘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 전체
적용 범위군사·안보 기밀 중심산업 기밀(반도체 등) 포함 가능
최대 형량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최소 3년~최대 30년(신설 조항)
중개·방조 처벌제한적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방조 모두 처벌
시행일1953년 제정 이후 유지2026년 9월 13일

한·중 반도체 경쟁 심화와 국가안보 전략

이번 법 개정은 한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맥락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기술 유출을 더 이상 민간 기업 간 분쟁이 아닌 국가안보 위협으로 분류하겠다는 의지를 법제화한 셈이다.

이미 SK·삼성·앰코는 서남권에 총 896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확정한 바 있어, 정부 차원의 기술 보호 장치 강화와 대규모 산업 투자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가 미스트랄 AI에 4.7조 원을 투자하며 AI 반도체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보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EU 산업스파이법과 비교

주요국도 반도체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 왔다. 미국은 경제간첩법(Economic Espionage Act)과 수출통제 규정,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기술 유출을 다층적으로 규제한다. 일본은 부정경쟁방지법과 수출관리법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EU는 영업비밀보호 지침과 각국 형사법을 결합해 운영한다.

한국의 이번 개정은 기술 유출을 간첩죄(espionage)로 직접 의율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미국·일본·EU보다 더 강경한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타임스는 9월 1일 보도에서 “한국이 반도체 간첩 행위의 최소 형량을 10년으로 높이고 외국 법인을 처음 명시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보호 법제에서 이정표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업계 반응과 남은 과제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존 처벌 수위가 기술 유출을 억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기술을 유출하고도 실형 1~2년에 그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법적 제재가 유출의 경제적 이득에 비해 미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최대 30년형이라는 강력한 억제 수단이 마련된 만큼, 실제 사법 적용 사례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기밀’과 ‘산업 기술’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어 방산 수출 기업이나 합법적 기술 이전에까지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앙일보 영문판은 이번 법 개정이 “하나의 허점은 막았지만 방산 수출 기업에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향후 전망

9월 13일 시행 이후 검찰이 개정법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실질적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사 또는 재판 중인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에도 소급 적용 여부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법적 방패가 한층 강화된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내부 보안 체계와 협력업체 관리도 함께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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