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를 찾아서: 단양에서 찾은 진정한 한국, 그리고 어린 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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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리면, 아줌머니가 홀로 마을을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길 건너편에는 편의점이 있다. 진흙 투성이의 고무보트가 입구만 빼고 편의점을 다 가리면서 툭 걸쳐 있고, 그 편의점 옆에는 피싱 오버롤(낚시용 오버롤 형태의 장화 작업복) 4벌이 걸려져 있다. 그 언저리에 묵기로 한 모텔이 있다. 그 맞은 편에는 큰 강이, 높이 솟은 석회함 계곡으로 굽이쳐 흐르고 있다. 이 곳이 대한민국의 단양이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반쯤 걸리는 위치에, 단양 구경시장이 있다. 시장의 중심부로 들어가면 단양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한 구역 전체가 마늘만 팔고 있다. 점심으로 삼겹살과 막걸리를 시키면, 식당주인은 근처 식육점에서 고기를 사오고, 또 근처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사온다. 직원들이 많이 있는 분주한 레스토랑들이 도처에 있는 서울과는 판이하다. 이러한 간단하고 단조로운 시골의 삶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버스를 타고 시골의 어느 정류소에서 무작정 내려, 오래된 작은 마을을 거니는 것. 드디어 이 오랜 소원을 몇명의 친구들과 이번에 이루었다. 여기저기 있는 오래된 집들 사이를 거닐면서, 사마귀, 귀뚜라미, 도마뱀에서 무당거미, 길에 남겨진 뱀 허물까지 온갖 종류의 곤충들과 동물들을 보기도 했다.

몇몇 아이들은 낚시대를 들고 개울을 건너가고, 또 다른 아이들은 작살을 들고 잠수하며 물고기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방갈로에 둘러앉은 가족들도 보였다. 방갈로 주위는 옥수수밭, 후추밭이 있었고, 낡은 돌벽을 타고 호박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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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계단식으로 된 논을 따라 걸으면서 듣는 새소리는, 서울에서 끊임없이 듣던 도로의 소음에 지친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그것은 마치 도시의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리셋버튼을 눌러서 감각을 되살여주는 듯했다. 시골에서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는 도시의 기계로 가득 찬 삶의 치료제 같다.

마을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면, 산 중턱에 절들이 펼쳐진 엄청난 규모의 구인사에 갈 수 있다.

절은, 들어서는 순간 시간 감각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절에 오는 듯하다. 단조롭고 힘든 속세를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한 것이리라. 구인사의 눈을 압도하는 전경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스님들의 염불소리와 함께,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듯하다. 50여 개의 건물이 있는 이 엄청난 불교적 명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따라서, 누구나 오르기 힘든 가파른 산 중턱에서는 인생을 엿볼 수 있다. 지긋한 나이에 힘차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만 하는 사람도 있고, 양 손에 지팡이를 잡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오르는 사람도 있다.

산 정상 근처 오르막길에서 지팡이를 든 한 노인을 보았다. 모퉁이를 돌아 따라가는데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그리곤 둘러보니, 한 소년이 있다. 같은 지팡이에 같은 모자를 쓴 소년. 같은 사람일까?

사진을 찍고싶다고 하자, 소년은 자신의 낡은 지팡이를 들고는 장난스럽게 구부정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올드 보이. 이 표현만큼 적절한 표현이 또 있으랴. 단양은, 강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나의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려주었다. 도시가 나에게서 앗아간 것들의 일부를, 단양이 다시 찾게 해 주었다.


Photos by Simon Slater

Translated by Beyo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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